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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

AI도 모르는 나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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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ary
#AI #Domain Knowledge #Collaboration #Problem Solving

도메인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난 글은 “도메인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그 ‘도메인’에서 시작하려 한다.

도메인 지식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별게 아니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오래 쌓인 앎이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 문제인지, 어떤 제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어떤 것은 타협해도 되는지, 무엇이 좋은 결과이고 무엇이 그저 그럴듯한 결과인지 — 그 일을 해본 사람만이 몸으로 아는 감각이다.

문서에 적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적히지 않은 채 경험으로만 남는다. 그래서 같은 일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말로 다 옮기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바로 이 지식이, 경험 하나하나가 AI 시대에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언가가 된다.

AI가 끝내 가질 수 없는 지식

흔히 AI가 ‘전세계 인터넷을 전부 학습했다’고들 말한다. 거대한 양의 공개 텍스트를 학습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델이 본 것은 검색되고 공개된 ‘표면 웹’에 가깝고, 그것은 전체 인터넷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공개된 표준 지식들도 중요하지만, 마치 교과서와 현실은 다른 것과 같다.

실제로 세상에 쌓인 데이터의 대부분은 애초에 공개된 적 없는, 조직과 현장의 데이터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장의 데이터가 있다.

내 고객이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우리 팀이 어떤 제약 때문에 그 결정을 내렸는지, 이 업무가 실제로 굴러가려면 어떤 과정과 절차를 지켜야 하는지 —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가 내가 가진 도메인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설령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한들, 그것이 내 문제를 정의한 적은 없다. 앞서 말했듯 교과서에 내 이야기가 실리지 않는 것과 같다. 심지어 그 내용은 과거의 정리된 이야기이지, 지금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반면 내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 거기에 맞는 해결책,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 굴려온 방법과 노하우 — 이것은 AI가 영영 가질 수 없는 지식이다.

이것이 나만의 해자(moat)이고,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다.

그 가치를 낮게 보지 마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AI 앞에서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AI의 방대한 응답 앞에서 자신의 지식을 하찮게 여긴 나머지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AI가 다 아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잘못된 게 아닐까”, “이 녀석 뭘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가치를 포기한다.

오래 땅을 일군 농부는 달력이 아니라 바람과 흙의 상태를 보고 씨 뿌릴 때를 정한다. 공장의 베테랑은 기계 소리가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어디가 탈 났는지 짚어낸다. 영업 담당자는 고객사의 진짜 결정권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꺼리는지 안다. 간호사는 차트에 찍히기 전에 환자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챈다. 물류 담당자는 지도에는 뚫려 있어도 그 시간대엔 실제로 막히는 길을 안다.

그밖에도 사소한 노하우 하나, 작업 프로세스 하나가 중요한 지식이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그 시간을 들여 쌓았기에 아는 것이다.

AI가 잘하는 범용 지식은 빠르게 평준화된다. 누구나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받으니까. 하지만 내가 처한 맥락과, 그 안에서 쌓아온 실행 경험은 평준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쥔 세상에서, 나만 가진 그 지식은 더 귀해진다.

개발 도메인도 마찬가지다

‘딸깍’으로 데모는 만들어도 상용 서비스까지는 극소수만 간다고 했다. 그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상용 서비스란 신뢰성, 운영 조건, 끝없는 예외 처리, 책임의 경계 같은 것들을 요구한다. 그것이 바로 ‘개발’이라는 도메인의 지식이고, 개발자의 해자다.

하지만 단순히 이건 개발 도메인의 우열을 말하고싶은게 아니다.

개발자가 개발 도메인의 해자를 쥐고 있듯,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본업의 해자를 쥐고 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의 지식은 개발자가 흉내 낼 수 없고, 개발자의 지식은 또 그 반대다. 우리는 그저 서로 다른 해자를 쥐고 있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의 서로 다른 도메인이 맞물려야 문제가 풀린다는 것은, 사실 AI 이전부터 늘 그래온 일이다. 지난 글에서 말한 AI와 사람의 협업은, 거기에 더해진 또 하나의 축일 뿐이다.

함께 풀어야 풀린다

이것은 AI가 나를 대체할 만큼 학습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자만이 모든 문제를 풀어낼까? 아니면 비개발자가 결국 AI의 범용 능력으로 다 풀어낼까? 둘 다 한쪽으로 기운 질문이다.

나는 설령 미래에 AGI가 등장하더라도,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문제를 정의하고 함께 풀어낼 수 있다면, AI냐 사람이냐는 애초에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신의 지식을 공유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서로 다른 지식을 어떻게 하나로 합치느냐이다.

그리고 그 레버리지를 현실로 만든 것이 AI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실행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문제정리를 해도, 그것을 실행하는 많은 코스트가 들었다. 하지만 그 비용은 AI 덕분에 많이 줄어들어, 아이디어만 있다면 수 시간 내에 원하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닫으며 — 사실, 늘 해오던 일

재미있게도, 이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맞물려 하나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 기획자와 엔지니어가, 현장과 본사가, 나와 동료가 — 우리는 늘 그렇게 일해 왔다.

AI가 나를 대체할 만큼 배우느냐가 아니다. 함께 풀 수 있다면, AI냐 사람이냐는 처음부터 중요한 질문이 아니었다.

우리 Omek 팀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AI가 사람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도메인 지식을 끌어내어 AI와 맞물리게 하고, 그 맞물림으로 실제 문제를 풀어내는 것.

그렇다면 그 ‘맞물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묻혀 있던 도메인 지식을 어떻게 꺼내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덕트로 빚어내는가. 그 이야기를 다음 글에서 이어가려 한다.